[웰니스업/양정련 에디터]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 환자들에게 ‘치맥’은 금지된 단어와도 같다.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맞추려다 엄지발가락 부여잡고 뒹굴었던 기억이 있다면, 자연스레 ‘제로 맥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알코올이 요산 수치를 높인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기에, 알코올만 없다면 안전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캔에 적힌 ‘ZERO’라는 글자만 믿고 무턱대고 마셨다간 응급실을 찾게 될 수도 있다. 시중의 제로 맥주가 모두 통풍 환자에게 안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제품은 일반 맥주 못지않게 통풍 발작 위험을 높인다. 통풍 환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제로 맥주의 진실과 안전한 음주법을 정리했다.
알코올은 뺐는데 ‘이것’은 못 뺐다
통풍의 주범은 요산이고, 요산을 만드는 원료가 바로 ‘퓨린’이다. 맥주는 술 중에서 퓨린 함량이 압도적으로 높다. 문제는 맥주의 퓨린이 알코올이 아닌 ‘맥주 효모’와 ‘곡물(맥아)’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시중의 ‘비알코올(Non-alcoholic)’ 맥주는 일반 맥주와 똑같이 발효 과정을 거친 뒤 마지막 단계에서 알코올만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은 빠지지만 통풍을 유발하는 퓨린은 고스란히 남는다. 심지어 알코올을 날려 보내는 과정에서 수분이 줄어들어 퓨린 농도가 일반 맥주보다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알코올 도수 1% 미만인 비알코올 맥주는 알코올 분해 부담만 덜어줄 뿐, 통풍 환자의 관절을 공격하는 퓨린 폭탄이나 다름없다.
퓨린보다 무서운 ‘액상과당’의 습격
그렇다면 발효를 하지 않은 완전 무알코올 맥주는 안전할까? 여기서 또 하나의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맛’을 내기 위한 첨가물이다. 발효 없이 맥주 맛을 흉내 내려면 각종 감미료와 액상과당을 첨가할 수밖에 없다.

과당은 체내에 들어오면 대사 과정에서 부산물로 요산을 다량 생성한다. 실제로 과당이 많이 든 탄산음료를 매일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통풍 발병 위험이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알코올과 퓨린을 피하려다 요산 생성 촉진제인 과당을 들이키는 꼴이 될 수 있다. 특히 ‘제로 칼로리’가 아닌 일반 무알코올 음료 중에는 당 함량이 콜라나 사이다에 육박하는 제품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통풍러를 위한 ‘안전 음주’ 3계명
그럼에도 시원한 맥주 맛을 포기할 수 없다면 다음 3가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첫째, 라벨의 소수점을 확인한다. ‘0.0’은 발효 과정이 있어 미량의 알코올과 퓨린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반면 ‘0.00’은 발효 없이 향만 첨가한 혼합음료(탄산음료)로 분류된다. 통풍 환자는 반드시 ‘0.00’이 표기된 제품을 골라야 퓨린 섭취를 막을 수 있다.

둘째, 영양성분표에서 ‘당류 0g’을 확인한다. 퓨린이 없는 0.00 제품이라도 당류가 높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최근 유행하는 ‘올프리(All-Free)’ 계열 제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셋째, ‘물타기’ 전법을 쓴다. 아무리 안전한 제로 맥주라 할지라도 이뇨 작용으로 인한 수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맥주 한 모금에 물 두 모금 비율로 섭취해 체내 요산 농도가 진해지는 것을 물리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통풍 관리는 평생의 숙제다. 무조건 참으며 스트레스를 받아 요산 수치를 올리는 것보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하게 즐기는 것이 낫다. 캔 따개 소리의 청량함은 즐기되, 성분표를 꼼꼼히 살피는 작은 습관이 당신의 발가락을 지킨다. 오늘 저녁은 0.00과 제로 슈거가 적힌 캔으로 걱정 없는 건배를 들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