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업/양정련 기자] 중장년층에 접어들면 스마트폰 글씨가 흐릿해지고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을 겪는다. 십중팔구는 이를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인 ‘노안’으로 치부하고 돋보기안경을 맞추는 선에서 마무리한다. 하지만 단순한 노안인 줄 알고 방치했던 눈의 침침함이 훗날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른바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 불리는 녹내장이 노안의 가면을 쓰고 우리 눈을 갉아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침침한 눈, 뇌가 만든 ‘착각’의 덫

노안은 눈 속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저하되어 가까운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증상이다. 반면 녹내장은 안압 상승이나 혈류 장애 등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바깥쪽부터 점차 좁아지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문제는 녹내장이 시작되어도 환자 본인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초기 자각 증상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뇌의 놀라운 ‘보충 현상’ 때문이다. 녹내장으로 인해 시야 일부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하더라도, 뇌는 주변 시각 정보를 조합해 안 보이는 부분을 정상인 것처럼 지워버린다. 두 눈을 뜨고 생활하는 일상에서는 건강한 반대쪽 눈이 결손된 시야를 보완해주기 때문에, 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시력의 이상을 인지하지 못한다.
환자들이 입을 모으는 ‘이 증상’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고 병원을 찾은 녹내장 환자들은 공통적인 일상 속 불편함을 호소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시야 좁아짐’으로 인한 잦은 충돌이다. 길을 걷다 문지방이나 계단을 보지 못해 자주 발을 헛디디거나, 운전 중 옆 차선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아찔한 순간을 경험한다.
어두운 환경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두통과 안통 역시 주의해야 할 공통 증상이다. 영화관처럼 어두운 곳에 가면 동공이 커지는데, 이때 눈 안의 액체인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막히면서 안압이 급상승하는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가로등이나 신호등을 볼 때 불빛 주변으로 무지개처럼 달무리가 보인다면 지체 없이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갑자기 눈이 좋아졌다?” 위험한 회춘

노안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돋보기 없이도 가까운 글씨를 선명하게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이들이 “눈이 회춘했다”며 기뻐하지만, 이는 안과 전문의들이 가장 우려하는 위험 신호 중 하나다. 수정체 중심부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백내장이 심화하면서 일시적으로 근시 상태가 유발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수정체 핵 경화에 의한 일시적 근시화’라고 부른다. 비대해지고 굳어진 수정체를 방치하면 눈 속의 압력이 크게 높아지면서 2차적인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할 위험이 급증한다. 갑자기 근거리 시력이 좋아지는 기적 같은 일은 눈 건강이 나아진 것이 아니라, 실명 질환의 문턱에 서 있다는 강력한 경고음이다.
시력 도둑을 잡는 최선의 방어책

녹내장으로 한 번 파괴된 시신경은 현대 의학으로도 다시 살려낼 방법이 없다. 따라서 시야가 좁아지는 것을 느끼기 전, 즉 뚜렷한 증상이 없을 때 병을 찾아내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특히 고도근시가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40대 이전이라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의료 기술의 발달로 초기 녹내장의 발견율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2019년 서울아산병원 안과 성경림 교수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기존의 광간섭 단층촬영(OCT)에 시신경과 망막 주변의 미세혈관까지 분석하는 광간섭 단층촬영 혈관조영술(OCTA)을 함께 실시하면 초기 녹내장 진단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 사용해야 할 소중한 눈 건강은 한 번 잃으면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단순한 눈의 피로나 노안이라고 스스로 진단 내리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40세가 넘었다면 1년에 한 번 안압 검사와 안저 검사를 받는 작은 실천이 평생의 밝은 시야를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