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업/양정련 기자] 한국인의 밥상에서 고기 국물이나 찌개는 빠질 수 없는 메뉴다. 흔히 펄펄 끓인 음식은 세균이 모두 죽어 상온에 두어도 안전하다고 믿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실온에 무심코 방치한 냄비 속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며, 이는 바로 끓여도 죽지 않는 ‘퍼프린젠스균’ 때문이다.
100도에서도 살아남는 강력한 생존력

대부분의 식중독 원인균은 열에 약해 불에 가열하면 쉽게 사멸한다. 하지만 퍼프린젠스균은 주변 생존 환경이 나빠지면 스스로 ‘포자(아포)’라는 단단한 보호막을 형성하여 살아남는다.
이 포자는 100도에서 1시간 이상 끓여도 죽지 않고 버티는 놀라운 내열성을 지녔다. 즉, 전날 끓여둔 곰국이나 카레를 오늘 다시 끓인다고 해서 완벽히 안심할 수 없다는 의미다.
따뜻한 실온, 세균 번식의 최적 조건

펄펄 끓인 국을 실온에 그대로 두면 냄비의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게 된다. 이때 국물의 온도가 20도에서 50도 사이로 떨어지면 잠들어 있던 포자가 다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이 온도 구간은 퍼프린젠스균이 가장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이른바 위험 지대다. 뜨거운 냄비를 실온에 통째로 방치하며 천천히 식히는 행위는 사실상 세균 배양기를 작동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큰 냄비 바닥을 노리는 숨은 위협

퍼프린젠스균은 산소를 매우 싫어하는 ‘혐기성균’이라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따라서 산소와 닿는 음식의 표면보다는 걸쭉하고 양이 많은 국물의 깊은 바닥 쪽을 은신처로 선호한다.
한 번에 대량으로 조리한 후 그대로 두면 바닥은 산소가 완벽히 차단되고 온도는 서서히 식어 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된다. 대형 식당이나 잔칫집에서 끓인 고기 요리로 인한 식중독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시간 이내 냉장 보관이 핵심 예방책

퍼프린젠스 식중독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리 후 음식의 온도를 빠르게 낮춰 냉장고에 넣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조리된 음식을 2시간 이내에 식혀 냉장고에 보관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많은 양의 국을 식힐 때는 냄비째 차가운 물이나 얼음물에 담가 저어가며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려야 한다. 이후 깊이가 얕은 용기에 조금씩 나누어 담아 보관하면 산소 접촉 면적을 늘려 세균 증식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한 번 끓였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과 잘못된 보관 습관이 도리어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독소 덩어리를 만들 수 있다. 먹을 만큼만 조리하고, 남은 음식은 지체 없이 식혀 냉장 보관하는 작은 실천이 안전한 식탁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