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업/양정련 기자] 식탁 위 필수 반찬으로 꼽히는 김이 최근 심각한 위생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매일 밥을 싸 먹는 이 흔한 식재료가 과연 어떤 물로 씻겨 나오는지 정확히 아는 소비자는 드물다. 일부 생산 현장의 비위생적인 가공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국민 먹거리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농로에서 끌어온 물, 식탁을 위협하다

전남 지역의 일부 마른김 생산 공장에서 농업용수를 무단으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들은 물 부족을 이유로 인근 농로에 설치된 지하수를 수백 미터의 배관으로 연결해 김 세척과 가공에 그대로 사용했다. 농작물을 기르는 데 쓰여야 할 물이 사람이 직접 먹는 식품 가공에 동원되며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러한 무단 사용으로 인해 인근 농경지는 오히려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염해 피해까지 입는 등 연쇄적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관행이 산업 전반에 공공연하게 자리 잡으면서 식재료의 가장 기초적인 안전망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수출용은 깐깐, 내수용은 깜깜이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부적절한 수질을 관리하고 제재할 법적 기준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 마른김은 ‘단순처리 수산물’로 분류되어 있어 가공 업체의 영업 등록 의무조차 없는 상태다. 자연히 김을 세척할 때 사용하는 물에 대한 수질 검사 기준 역시 적용받지 않는다.
이는 해외로 수출되는 김이 엄격한 위생 및 중금속 검사를 거치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결국 국내 소비자들이 매일 소비하는 내수용 제품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물로 세척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조차 없는 실정이다.
살균 없는 유통, 일상 속 건강 위협

김은 세척과 건조 과정을 거친 후 별도의 가열이나 살균 처리 없이 곧바로 유통되는 특성을 지닌다. 가공 용수의 위생 관리가 부실할 경우, 물속에 잔존할 수 있는 각종 유해 물질이 그대로 우리 식탁까지 올라오게 된다.
특히 철저히 관리되지 않은 물은 장염이나 노로바이러스 등 수인성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균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이 크다.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에게는 이러한 일상적인 반찬이 예기치 못한 건강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효성 잃은 자율 점검표의 한계

현재 당국의 위생 관리는 사실상 개별 업체들의 자율 점검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작성되는 점검표는 단순한 O/X 확인 방식에 불과해 실질적인 위생 상태를 점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구조다.
비용이 수반되는 전문적인 수질 검사를 오직 가공 업체의 양심에만 맡겨두는 것은 매우 안일한 행정이다. 전국 마른김 생산량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핵심 지역의 위생 문제가 곧 전국적인 먹거리 불안으로 직결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국민 반찬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철저한 위생 관리와 제도적 보완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보건 당국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단순 가공 수산물에 대한 명확한 수질 및 위생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 역시 식재료의 출처와 위생 상태에 대해 보다 깐깐한 기준을 가지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