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업/양정련 기자] 여름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음식은 단연 삼계탕이다. 뚝배기 안에서 펄펄 끓는 뽀얀 국물과 부드러운 닭고기는 잃어버린 기력을 되찾아주는 여름철 보양식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지키겠다는 목적으로 복날 전후로 삼계탕 전문점을 찾아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지만 보양식이라는 이름표가 모든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삼계탕은 먹는 방식에 따라 자칫 건강을 크게 훼손하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기력을 보충하려다 오히려 혈관과 혈당 건강을 망치고 뒤늦게 후회하는 환자들이 매년 여름 병원을 찾고 있다.
나트륨과 열량의 숨은 함정

삼계탕 한 그릇의 평균 열량은 900~1,000kcal에 육박한다. 이는 성인 하루 권장 칼로리의 절반을 단 한 끼에 채우는 엄청난 양이다. 당뇨 환자나 비만 환자가 이를 섭취할 경우 체중 증가를 유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혈당 관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더 큰 문제는 나트륨이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삼계탕의 나트륨 함량은 평균 2,000mg 안팎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권장 섭취량과 맞먹는다. 평소 혈압이 높은 사람이 뚝배기 바닥이 보일 정도로 국물을 마시면 체내 나트륨 농도가 급증해 혈압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신장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뽀얀 국물과 닭 껍질의 두 얼굴

삼계탕 특유의 진하고 구수한 맛은 닭을 장시간 끓여내며 배어 나온 지방에서 비롯된다. 특히 닭 껍질 부위에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집중되어 있다. 닭고기 자체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지만, 껍질을 함께 섭취할 경우 막대한 양의 지방을 고스란히 먹는 것과 같다.
이러한 포화지방이 녹아든 국물은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환자의 혈관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끈적해진 혈액은 혈관 벽에 찌꺼기를 생성하고 혈액 순환을 방해해 다양한 합병증의 원인이 된다. 진정한 보양을 원한다면 뽀얗게 우러난 국물에 대한 미련부터 버려야 한다.
뱃속 찹쌀이 부르는 혈당 스파이크

닭의 뱃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있는 찹쌀도 당뇨 환자에게는 경계 대상 1호다. 찹쌀은 일반 멥쌀보다 소화가 빠르고 장에서 흡수되는 속도가 매우 높다. 게다가 뜨거운 국물 속에서 푹 퍼진 찹쌀은 씹을 새도 없이 넘어가 체내 혈당을 롤러코스터처럼 급격히 끌어올린다.
이렇게 발생한 혈당 스파이크는 췌장을 자극하고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킨다. 삼계탕을 먹은 뒤 든든함보다는 졸음이 쏟아지고 무기력해진다면, 이는 기력이 보충된 것이 아니라 혈당이 요동치고 있다는 몸의 적색경보다. 당뇨 환자는 찹쌀 섭취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만성질환자를 위한 똑똑한 섭취법

그렇다면 고혈압과 당뇨 환자는 삼계탕을 영영 포기해야 할까. 섭취 방법만 바꾸면 충분히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가장 먼저 닭 껍질을 철저히 벗겨내고 단백질이 풍부한 가슴살 등 살코기 위주로 골라 먹어야 한다. 고기를 소금에 직접 찍어 먹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국물은 몇 숟가락만 맛보는 선에서 그치고, 밥을 말아 먹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함께 곁들이는 깍두기나 겉절이 역시 나트륨 과다 섭취의 주범이므로 평소보다 적게 먹어야 한다. 보양식은 무조건 배불리 먹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불필요한 성분을 덜어내고 필요한 영양소만 섭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몸에 좋은 음식도 자신의 건강 상태와 체질에 맞지 않게 먹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무더운 여름철, 보양식이라는 이름에 현혹되어 무작정 그릇을 비우기보다는 영양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덜어낼 것은 과감히 덜어내는 식습관이야말로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확실한 건강 비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