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업/양정련 에디터] 냉동실 문을 열면 누구나 하나쯤 쟁여두는 것이 바로 냉동 블루베리와 딸기, 망고 같은 냉동 과일입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꺼내 먹거나, 바쁜 아침 요구르트와 함께 믹서기에 훅훅 갈아 스무디로 즐기기에 이보다 편한 식재료가 없습니다. 껍질을 깎을 필요 없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는 압도적인 장점 때문에 사계절 내내 식탁 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꽁꽁 얼어있는 과일을 꺼내 물에 씻지 않고 바로 입에 넣거나 갈아 드셨다면 지금 당장 그 습관을 멈추셔야 합니다. 꽝꽝 얼어붙은 영하의 온도에서는 모든 세균과 바이러스가 사라질 것이라 믿기 쉽지만, 이는 아주 위험한 착각입니다. 무심코 넘긴 이 한 번의 행동이 불청객인 간염 바이러스를 우리 몸속으로 고스란히 들이는 아찔한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얼려도 죽지 않는 바이러스의 끈질긴 생명력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장염 균과 달리,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영하 20도의 맹렬한 추위 속에서도 끄떡없이 살아남습니다. 얼음 속에서 완전히 사멸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활동을 일시적으로 멈춘 채 조용히 동면 상태를 유지할 뿐입니다. 실온으로 꺼내 과일이 해동되는 순간 바이러스는 다시 깨어나 무서운 속도로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국내외에서 냉동 베리류를 열처리 없이 생식했다가 집단 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냉동고는 식품의 부패 속도를 늦춰주는 보관함일 뿐, 결코 균을 없애주는 만능 살균기가 아닙니다. 가열하지 않고 차갑게 바로 먹는 냉동 과일의 특성상 세척 과정을 생략하면 고스란히 오염 물질을 섭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포장지 뒷면 ‘식품 유형’에 숨겨진 진실

그렇다면 마트에서 산 모든 냉동 과일은 다 씻어서 먹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포장지 뒷면에 적힌 ‘식품 유형’을 확인해보면 아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포장지에 ‘과·채가공품’이라고 뚜렷하게 적혀 있다면, 이는 이미 공장에서 깨끗하게 세척 가공을 마친 상태이므로 바로 드셔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식품 유형란에 ‘농산물’이라고 적혀 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는 밭에서 수확한 과일을 별도의 세척 과정 없이 그대로 얼려 포장했다는 뜻입니다. 겉보기에는 매끈하고 깨끗해 보일지 몰라도 흙먼지나 농약,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표면에 그대로 얼어붙어 있으므로 반드시 씻어 드셔야 안전합니다.
영양 손실 없는 딱 ’30초’ 흐르는 물 세척법

안전하게 먹겠다고 과일을 물에 푹 담가두고 벅벅 문질러 씻는 것도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블루베리나 딸기의 붉고 보랏빛을 내는 항산화 성분 안토시아닌과 각종 비타민은 물에 아주 쉽게 녹아버리는 수용성 성분이기 때문입니다. 물에 오랫동안 담가두면 소중한 영양소는 다 빠져나가고 맹맹한 껍질만 남게 됩니다.
가장 똑똑하고 건강한 방법은 채반에 먹을 만큼의 과일을 담아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궈내는 것입니다. 시간은 딱 30초 정도면 표면의 먼지와 오염 물질을 씻어내기에 충분합니다. 씻어낸 후에는 키친타월을 이용해 표면의 물기를 가볍게 톡톡 두드려 닦아주면, 과일 본연의 바삭한 식감도 살리면서 안심하고 영양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녹은 과일, 절대 다시 얼리면 안 되는 이유

냉동 과일을 다룰 때 꼭 지켜야 할 또 하나의 철칙은 상온에서 해동된 과일을 다시 냉동실에 넣지 않는 것입니다. 한 번 녹기 시작한 과일 표면에는 수분이 맺히면서 세균이 폭발적으로 번식하기에 가장 완벽한 축축한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이때 남은 과일이 아깝다며 다시 얼리게 되면 세균까지 고스란히 얼어붙어 다음번엔 더 끔찍한 위생 상태가 됩니다.
또한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과일 특유의 아삭한 세포 조직이 무너져 식감도 흐물흐물하게 크게 떨어집니다. 약간 귀찮게 느껴지더라도 반드시 식탁에 올리기 직전, 한 번에 다 먹을 만큼만 조금씩 덜어서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대용량 제품을 샀다면 구매 직후 밀폐 용기에 1회분씩 소분해 보관하는 것이 가장 위생적입니다.

우리가 건강을 챙기기 위해 매일 챙겨 먹는 과일이 도리어 몸을 상하게 하는 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차가운 냉동고의 온도를 맹신하지 말고 포장지 뒷면을 뒤집어 확인하는 3초의 습관, 그리고 흐르는 물에 헹궈내는 30초의 수고가 우리 가족의 안전한 식탁을 지킵니다. 올바른 방법만 기억한다면 사계절 내내 신선하고 유익한 자연의 단맛을 온전히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