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업/양정련 기자] 유통기한이 지나도 먹어도 된다는 인식이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정부의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이후, 며칠 지난 우유나 계란을 버리지 않고 냉장고에 방치하는 가정이 크게 늘었다. 환경 보호와 식량 낭비 방지라는 거창한 명목 아래, 개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아슬아슬한 식습관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식품 공학과 의학 전문가들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통제된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보관 조건을 일반 가정집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멀쩡해 보인다는 이유로 기한 지난 음식을 삼키는 것은, 몇 푼 아끼려다 응급실 신세를 지는 ‘소탐대실’의 전형이 될 수 있다.
가정용 냉장고는 완벽한 실험실이 아니다

우유나 유제품이 유통기한 경과 후에도 45일에서 70일까지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언론을 장식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0~5도의 온도가 1도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유지되는 ‘항온 실험실’ 기준이다. 일반 가정의 냉장고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지극히 이상적이고 통제된 조건일 뿐이다.
가정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냉장고 문을 여닫으며 뜨거운 외부 공기가 유입된다. 특히 문 쪽에 보관하는 우유나 계란은 급격한 온도 변화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결국 기사나 연구에서 말하는 소비기한보다 훨씬 빨리 부패가 시작되고 세균이 번식할 수밖에 없다.
푼돈 아끼려다 막대한 병원비 청구서 날아온다

먹거리 풍요의 시대에 굳이 상했을지 모를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몸을 상대로 위험한 도박을 할 이유는 없다.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이나 계란에는 살모넬라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악명 높은 식중독균이 증식하기 쉽다. 이런 세균들은 아주 소량만 섭취해도 인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아직은 며칠 안 지났으니 괜찮겠지”라며 무턱대고 먹었다가 장염이나 식중독에 걸리면 걷잡을 수 없는 낭패를 본다. 아낀 음식값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병원비와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되는 식품 안전 앞에서는 단 한 번의 ‘설마’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소비기한 표시제, 결국 책임은 소비자의 몫

정부가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한 주된 목적은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거시적인 환경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이면에는 소비자가 직면해야 할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고 탈이 났을 때, 그 원인 규명과 책임을 묻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는 소비자의 부주의한 보관상 과실을 주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유통기한 경과 후의 식품 섭취에 대한 안전은 전적으로 소비자가 짊어져야 할 위험 부담이 된다.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개인의 억울한 건강 손실로 끝나는 셈이다.
코와 눈을 믿는 야매 판별법의 맹점

사람들은 흔히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거나 맛을 살짝 본 뒤,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섭취해도 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식품 공학 전문가가 아니다. 상한 우유나 요거트의 초기 변질 상태는 인간의 둔감한 미각이나 후각만으로 결코 정확히 감별할 수 없다.
치명적인 식중독균은 맛이나 냄새, 색상의 변화를 전혀 일으키지 않고도 내부에서 폭발적으로 증식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 임산부가 있는 가정이라면 감각에 의존하는 판별법은 독약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불확실한 감각을 믿기보다는 제조사가 보수적으로 보장하는 숫자를 지키는 것이 유일하고 과학적인 예방책이다.

가정의 냉장 보관 환경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환경이 불확실한 가정에서는 식품 폐기를 방지하여 얻는 막연한 이익보다, 유통기한을 엄수해 건강을 지키는 명확한 실익이 훨씬 크다. 건강을 잃고 응급실에 누운 뒤에 냉장고 속 유통기한을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