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업/양정련 기자]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입에 달고 자극적인 인스턴트식품을 멀리하게 된다. 특히 60대 이상 장년층에게 라면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인식되는 반면, 팥죽은 소화가 잘되고 기력을 보충해 주는 훌륭한 전통 보양식으로 꼽힌다. 출출한 오후, 건강을 챙기겠다는 생각으로 라면 대신 달콤한 단팥죽 한 그릇을 선택하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의학 및 영양학 전문가들의 의견은 우리의 상식과 전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뇨가 우려되는 60대에게 시중에서 판매하는 단팥죽은 라면보다 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몸을 챙기려 선택한 전통 간식이 오히려 내 몸의 혈당을 급격히 치솟게 만드는 폭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설탕 덩어리에 탄수화물 폭탄, 단팥죽의 민낯

우리가 밖에서 사 먹거나 간편식으로 즐기는 단팥죽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정제당이 들어간다. 팥 특유의 쓴맛과 떫은맛을 가리고 대중적인 입맛을 맞추기 위해 거의 탄산음료 수준의 설탕이 쏟아져 들어가기 때문이다. 건강한 식재료라는 팥의 가면 뒤에는 무서운 양의 단순당이 숨어 있는 셈이다.
여기에 팥 자체도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데 쫀득한 찹쌀 새알심이나 떡까지 추가되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이는 밀가루로 만든 라면 면발보다 오히려 혈당을 훨씬 더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고당질, 고혈당지수(GI) 음식의 전형적인 형태다. 정제당과 고탄수화물의 결합은 혈관 내 포도당 농도를 단숨에 한계치까지 밀어 올린다.
씹을 필요 없는 죽, 혈당 스파이크의 주범

음식의 형태 또한 혈당을 폭발적으로 올리는 핵심 원인이다. 단팥죽처럼 푹 고아 부드럽게 만든 유동식은 입에서 씹고 위장에서 분해하는 물리적인 소화 과정이 거의 생략된다. 음식물이 위장을 거쳐 장으로 내려가는 속도가 극도로 빠르기 때문에 포도당이 혈액 속으로 흡수되는 시간 역시 단축된다.
이렇게 단시간에 쏟아지는 포도당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엄청난 과부하를 일으킨다. 혈당이 롤러코스터처럼 치솟았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혈당 스파이크’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혈관 세포가 손상되고 결국 당뇨병 발병 위험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근육 없는 60대, 치솟는 혈당을 막을 방패가 없다

60대에게 이러한 혈당 스파이크가 유독 위험한 이유는 바로 ‘근육량의 감소’ 때문이다. 인체가 섭취한 당분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곳이 근육인데, 장년층은 젊은 층에 비해 근육량이 현저히 부족하다. 똑같은 양의 단팥죽을 먹어도 근육이 부족한 60대의 혈당은 쉽게 떨어지지 않고 핏속을 겉돌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이가 들면 인슐린을 분비하고 조절하는 췌장의 기능마저 노화로 인해 크게 저하되어 있다. 방어막이 모두 무너진 상태에서 고농도의 액상 당분이 들어오면 기존의 당뇨 전단계가 급성 당뇨로 직행할 수 있다. 평소 당뇨를 앓고 있던 환자라면 합병증을 앞당기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
혈당 올리지 않고 건강하게 팥을 즐기는 법

그렇다고 팥 자체를 영원히 식탁에서 퇴출할 필요는 없다. 팥에 들어있는 사포닌과 칼륨 등 유익한 성분을 안전하게 섭취하려면 조리법과 섭취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시판용 단팥죽 대신 설탕을 전혀 넣지 않고 소금으로만 삼삼하게 간을 한 ‘재래식 팥죽’을 먹거나, 맑게 우려낸 ‘팥물’을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팥죽을 식후 달콤한 디저트나 간식 개념으로 먹는 습관은 당장 버려야 한다. 꼭 팥죽을 먹고 싶다면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한 뒤 식사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소량만 맛보는 것이 좋다. 섭취 후에는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을 통해 몸속에 들어온 당분을 즉각적으로 소모해 주어야 혈당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건강식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고 해서 내 몸에도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전통 음식이라도 조리 방식과 현재의 신체 상태에 따라 최악의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고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섭취하는 지혜가 100세 시대의 건강을 좌우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