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업/양정련 기자] 식탁 위의 훌륭한 식재료로 꼽히는 십자화과 채소들은 현대인의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강식품이다. 그중에서도 짙은 녹색의 브로콜리는 타임지가 선정한 슈퍼푸드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릴 만큼 뛰어난 효능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훌륭한 식재료가 가진 온전한 가치를 제대로 흡수하며 섭취하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브로콜리를 먹기 좋게 손질한 뒤 끓는 물에 푹 데쳐서 초고추장이나 소스에 찍어 먹곤 한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무심코 해온 이 익숙한 조리법이 사실은 브로콜리의 핵심 영양 성분을 모조리 씻어내는 주범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애써 챙겨 먹고도 영양소가 텅 빈 껍데기만 씹는 셈이 된다.
브로콜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성분, 설포라판

브로콜리가 독보적인 건강 채소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설포라판(Sulforaphane)’이라는 강력한 물질 덕분이다. 이 성분은 체내에서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여 세포 변이를 막아주는 중대한 역할을 한다. 각종 연구를 통해 전립선, 유방, 대장 등에 발생할 수 있는 악성 종양을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꾸준히 입증되어 왔다.
주의할 점은 설포라판이 브로콜리 내에 원래의 형태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브로콜리를 씹거나 자를 때 발생하는 ‘글루코시놀레이트’가 ‘마이로시나아제’라는 특정 효소와 만나 분해되면서 비로소 설포라판으로 전환된다. 즉, 이 마이로시나아제 효소가 살아있어야만 브로콜리의 진정한 효능이 우리 몸속에서 발현될 수 있다.
끓는 물에 닿는 순간 사라지는 마법

문제는 앞서 언급한 효소와 설포라판 성분이 열과 수분에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국내 식품공학 분야의 연구진 실험에 따르면, 브로콜리를 끓는 물에 넣고 단 1분만 지나도 설포라판 함량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다. 만약 3분 이상 끓는 물에 푹 데칠 경우에는 핵심 성분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거나 사실상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 C의 손실 또한 심각한 수준을 보인다. 브로콜리 100g에는 하루 권장량에 맞먹는 풍부한 비타민 C가 들어있지만, 물에 끓이는 과정에서 약 40% 이상이 그대로 물로 빠져나가 버린다. 씹기 편한 부드러운 맛을 얻기 위해 끓는 물에 오래 데치는 행위는 브로콜리가 가진 최고의 장점을 스스로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양소를 100% 지키는 찜기 조리법

그렇다면 어떻게 조리해야 성분 손실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가장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은 물에 직접 닿지 않게 증기로 찌는 방식이다. 브로콜리를 잘게 송이송이 자른 뒤, 물이 끓어오르는 찜기에 넣고 1분에서 최대 3분 이내로 짧게 가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방식으로 조리하면 설포라판을 활성화하는 효소를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먹기 좋은 아삭한 식감을 얻을 수 있다. 실제 실험에서도 찜기를 이용해 3분 이하로 가열했을 때 항암 작용을 돕는 성분이 90% 이상 고스란히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번거롭다면 전자레인지 전용 용기에 소량의 물만 붓고 2분가량 짧게 돌려 익히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 된다.
흡수율을 극대화하는 세척과 궁합

조리 전 꼼꼼한 세척 역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브로콜리 표면은 얇은 기름막으로 덮여 있어 흐르는 물로는 빽빽한 틈새의 먼지나 오염물이 잘 씻기지 않는다. 소금을 푼 물에 꽃봉오리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푹 담가 약 30분 정도 두면 봉오리가 자연스럽게 열리면서 내부의 불순물을 말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섭취할 때 약간의 지방을 곁들이면 지용성 성분인 베타카로틴의 체내 흡수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올리브유나 아보카도 오일을 살짝 두르고 가볍게 볶아내거나, 쪄낸 브로콜리에 고소한 견과류를 곁들여 먹는 방식이 이상적이다. 식초나 레몬즙을 약간 뿌려주면 비타민 C의 파괴를 한 번 더 막아주는 시너지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몸에 좋은 음식도 어떻게 조리하고 다루느냐에 따라 훌륭한 보약이 되기도 하고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무심코 반복해 온 데치기 습관을 조금만 바꾸면 식재료가 가진 강력한 생명력을 온전히 우리 몸으로 가져올 수 있다. 오늘부터는 브로콜리를 끓는 물에 푹 담그는 대신, 찜기에서 가볍게 쪄내어 자연이 준 훌륭한 선물을 낭비 없이 섭취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