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업/양정련 기자] 외국 영화나 매체를 보면 사과를 가볍게 닦아 껍질째 한 입 베어 무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과일을 먹을 때 껍질을 말끔히 깎아 과육만 즐기는 것이 당연한 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과일이 품은 핵심 영양소의 상당 부분을 버리고 있었던 셈일지도 모른다.
식물의 껍질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파이토케미컬(식물생리활성물질)’이 응집된 부위다. 여러 영양학적 분석에 따르면, 과일의 항산화 성분은 부드러운 과육보다 거친 껍질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분포하는 경향이 있다. 과일이 가진 본연의 영양을 온전히 섭취하기 위해서는 껍질을 대하는 우리의 시각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사과 껍질, 체력 관리와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유

사과 껍질에는 우르솔산(Ursolic acid)과 펙틴 등 다양한 유효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우르솔산은 근육의 유지를 돕고 체내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적절한 운동과 병행할 경우 전반적인 체력 관리와 체중 조절에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껍질에 풍부한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은 장 운동을 원활하게 돕는 역할을 한다. 펙틴은 소화 과정에서 수분을 흡수해 배변 활동을 돕고, 체내 콜레스테롤이 배출되는 과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과 껍질의 항산화 성분 함량이 과육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째로 먹는 것이 영양적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키위 껍질, 외국에서는 이미 일상적인 섭취법

표면의 까끌까끌한 털 때문에 키위 껍질을 먹는다는 것을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뉴질랜드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키위를 가볍게 씻어 껍질째 섭취하는 방식이 비교적 흔하게 통용된다. 키위 껍질에는 퀘르세틴(Quercetin)과 폴리페놀 등 항산화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과육만 먹을 때보다 섬유질이나 엽산 등의 섭취량을 유의미하게 늘릴 수 있다.
표면의 잔털이 식감을 방해한다면 흐르는 물에서 수세미로 가볍게 문질러 털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잔털을 씻어낸 키위를 껍질째 얇게 슬라이스하여 샐러드에 곁들이거나 그대로 먹으면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처음에는 얇게 썰어 먹는 방식으로 시작해 점차 껍질의 식감에 적응해 나가는 것을 권장한다.
배 껍질, 환절기 건강을 위한 루테올린의 보고

환절기나 건조한 계절에 자주 찾는 배 역시 껍질에 중요한 영양소가 숨어 있다. 배 껍질에는 감기나 기침 등 기관지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인 루테올린(Luteolin)과 클로로겐산이 포함되어 있다. 일부 자료에 따르면, 배의 루테올린 성분은 과육보다 껍질 쪽에 더 높은 농도로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두꺼운 배 껍질을 생으로 씹어 먹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조리법을 조금 바꾸어 볼 수 있다. 배를 껍질째 믹서에 갈아 즙이나 스무디 형태로 마시거나, 껍질을 얇게 채 썰어 무침이나 샐러드에 활용하는 방식이 있다. 이를 통해 배 껍질에 포함된 폴리페놀 등의 항산화 성분을 버리지 않고 섭취할 수 있다.
잔류 농약 우려를 덜어주는 1분 담금 세척법

껍질째 먹기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잔류 농약에 대한 우려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자료를 참고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과일의 잔류 농약은 대부분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며 올바른 세척만으로도 상당 부분 제거가 가능하다. 물에 1~5분 정도 과일을 담가두면 표면의 이물질과 농약 성분이 물에 녹아 나오기 쉬운 상태가 된다.
담가둔 과일은 베이킹소다나 식초를 푼 물에서 가볍게 표면을 문질러 닦아낸 뒤,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충분히 헹궈내는 것이 세척의 핵심이다. 다만 위장이 예민하거나 소화 기능이 약한 노약자의 경우, 껍질의 거친 식이섬유가 다소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껍질을 아주 얇게 저미거나 갈아 마시는 형태로 시작해 소화 상태를 살피며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일 껍질은 자연이 제공하는 훌륭한 영양 공급원 중 하나다. 올바른 세척법만 숙지한다면 버려지던 껍질을 통해 일상에서 손쉽게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오늘부터 당장 냉장고 속에 있는 사과 하나를 깨끗하게 씻어 껍질째 베어 물어보며, 일석이조의 식습관 변화를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